크레이지 플라밍고의 가을 감상



발매한지 1달이 지나도록 입소문에도 오르지 못한체 조용히 사라져가고 있는 SL노벨 브랜드의 '크레이지 플라밍고의 가을'입니다.
제목의 유래는 시리즈의 전편인 '크레이지 캥거루의 여름'에 나와 있다고 하지만 아직 그 책을 읽지 않은 관계로-_-;;
저도 한~참전에 포스팅 했었던 SL노벨의 모 책 때문에 '앞으로 SL노벨 브랜드의 책은 안본다!'라고 선언했다가 '한 지인'의 정말 과격한 추천(이 책이 안나가다니 대체 이바닥은! XXXX YYYY ZZZZ!!!!!! 등등의-_-;;)덕에 지난주 쯔음에 구입해서 천천히 읽기 시작했지요.

 읽기 시작하자 마자 놀랬던 것이 시간대가 무려 1979년...; 제가 태어나기도 전의 시절의 중학생이 주인공이군요. 비틀즈와 롤링스톤즈가 인기 팝송이던 시절... 학교에서 스타워즈 패러디를 해도 자연스럽게 먹히던 시절... 아이들이 건담을 말하던 시절... 레코드판과 카세트 테이프가 혼용되던 시절... 제가 직접 겪어 본적은 없는 까마득한 과거가 배경입니다. 하지만 나름 20대 중반이니까... 아직 디지털 기기가 학교까지는 잘 들어오지는 않았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반에 컴퓨터 있는 사람이 한손에 꼽히던 시절입죠;) 어느정도는 아날로그 시대의 감성과 도덕률에 대해서 적응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저~기 띠지에 나와있는 문구중 '지금 중학생인 이들에게,'는 좀 적절치 못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중학교 1학년에 들어와서 어느덧 2학기에 접어들고, 생각치도 못한 학급위원 자리에 당첨... 그동안 무시하고 피해왔던 소소한 일들을 피할 수가 없게 되고 이를 주인공의 시각으로 보여줍니다. 주인공 성격이 '맘에 안드는건 무시하고 넘겨버리자.' 라는 식이라 나름 사건들을 다 보면서도 조금은 멀리서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옛날 일을 다시 추억하는 듯한? 그런 약간은 뿌연 느낌?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사춘기 소녀인지라 어떻게 말하면 중2병이다... 라고도 말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주인공의 시각이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감정 변화에는 굉장히 민감하거든요. 그에 비해서 부모님이 등장하면 극도로 표현이 줄어들기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할까요.

 전 사실 중학교는 남학교를 나와서, 남녀공학인 이 책을 완전히 제 경험과 비교해 볼 수는 없지만 나름 국6 때랑 비교해가면서 봤습니다. 그렇게 비교 대상을 두고 봐도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굉장히 리얼하지요. 또렸한 캐릭터성을 지니고 그에 따라 사건을 만들어 나갑니다. 이 사건이라는 것도 주인공이 직접적으로 관련되어서 주인공을 변화시키는 것 보다는, 주인공이 관찰하게 되었다던가, 친구로 한다리 건너서 접한다던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져서 좀 더 현실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다!' 같은 식의 주인공은 아니죠. 뭐 작품 내에서는 주인공이지만...; 이러한 등장인물들과 어떻게든 상호작용을 하면서 친해지고, 싸우고, 학급을 이끌어나가고, 변해가고, 첫사랑 까지... 아 또 이 첫사랑에 대한 표현 또한 멋져서, 무언가 알수는 없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달뜨는 마음이 주인공을 움직이게 하는... 그런 표현까지 멋져요.

 그리고 저기 쭉~ 위에도 언급했던 시대를 풍미하던 팝송들... 주인공의 취미이기도 하고, 주변 캐릭터들 중에서도 몇명의 취미이기도 해서 꽤 자주 언급되고, 사건에 중요한 키가 되기도 하는 것이 역시 이 물건을 추천해준 '한 지인' 에게는 취향 스트레이트였던듯... 노래가 나름 클래식한 락인데도 아는게 별로 없어서 고생했지만 저 당시 팝송에 대해서 아시는 나이 좀 있으신 분들이라면 꽤나 저 부분에서도 즐기면서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뭐 칭찬만 주루룩 늘어놓긴 했는데 사실 현재로써는 너무 푹 빠져있는지라 단점 같은거 눈에 안들어오네요.-_- 아 하나 있다면 소설 안에 일러스트가 없다는거? 그러니까 권두에 컬러는 있는데 본문에 들어가는 흑백은 없어요. 뭐 없어도 전혀 신경 안쓰였지만...뭐  간만에 본 성장 소설인데, 최근에 이만큼 맘에 드는 책도 잘 없었으니 우선은 그저 일단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음. 주변에서는 추천했더니 자꾸 빌려달라는데 그냥 절 믿고 사세요. 사-_-;; 전 이제 앞권도 사서 봐야겠습니다. 남캐따위 애정도가 옅어지겠지만 뭐 아무렴 어떠리요. 이미 시리즈의 다른 권이 재미있었는데;;


P.S. 사실 이 책은 SL노벨이라는 라노베 브랜드 보다는, 일반적인 일본 문학 브랜드에서 나오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합니다.-_-;

이글루스 가든 - 라이트노벨을 읽어봅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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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JinAqua 2008/12/16 11:32 # 답글

    아.. 이거 저번에 렛츠리뷰에 올라왔었던 그거 맞나요? 'ㅂ'
    호라-한 번 봐야겠어요.
  • 흐르는 물 2008/12/16 12:32 #

    감상문 써놓고, 다른 사람들거 읽어보려고 검색했더니
    렛츠리뷰에 올라와있던걸 뒤는게 확인했습니다.;;;
    날짜도 묘하게 제가 책 산 직후 ㅡ.ㅜ
  • 하루이카사마 2008/12/31 01:25 # 삭제 답글

    저는 방금 다 읽고 책에서 헤어나오지 못해서 인터넷을 뒤지고 있었습니다
    정말 뭐부터 얘기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현실과 혼동이 될정도로 푹 빠져있어서
    좀 난감한 상황이라고 해야하나,,
    정말 제가 책의 주인공이라도 된듯 그 마음을 다 느껴버려서
    조금,, 주인공이 부러워지네요 그런마음들을 먹고 있던 때를 잊고 살았던 지라,,
    좀더 보고싶고 책이 끝나지 않기를 바랬지만 끝나버렷네요,,ㅠㅠ
    그냥 산 책이 이토록 여운을 많이 남기게 할 줄이야,,,,,,
    다음 이어지는 내용을 보고싶네요,, 그건 앞으로 상상으로만 그쳐야 겠지만,,^ ^
  • 흐르는 물 2008/12/31 16:56 #

    이런 좋은 책을 왜 사람들이 몰라주나요. 엉엉 ㅠ.ㅠ

    렛츠리뷰 상품으로 올라와서
    사람들이 쓸 리뷰를 기다렸는데 단 하나... 그것도 혹평 ㅡ.ㅜ
  • 희연화 2009/01/01 18:31 # 답글

    즐겁게 읽으신 분이 계셔서 좋네요;ㅁ;ㅁ;ㅁ; 어쩐지 평들이 좋지 않아서 오늘 리뷰 쓰면서도 벌렁벌렁(.)
    뭐랄까.... 그저 선생님이 부러웠습니다. 부러웠어요. 저런 깜찍한 아가씨를.ㅠㅠ
  • 흐르는 물 2009/01/01 20:28 #

    하루 정말 너무 귀엽죠 ㅠ.ㅠ
  • 카나 2009/01/01 18:42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역시 이 책을 읽고 감상평을 찾으려고 인터넷을 뒤지다가 여기까지 흘러온 사람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너무 재미있게 보았는데 렛츠리뷰는 혹평이 많더라구요.
    제가 보기에는 이 책의 타깃이 좀 미묘해서인것 같아요. 본격적인 라이트노벨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좀 부족하게 느낄만한 내용이고(모에가 부족하다는 소리가 나올 것 같아요;;) 또 본격적인 순문학을 즐기는 분들은 사색의 깊이-_-; 가 부족하다고 느낄만한 평이한 내용인지라... 딱 경계선에 걸쳐있다 보니 포인트가 맞는 분들은 격렬하게 빠지고 아닌 분들은 -_- 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 같아요.
    제가 딱 그렇거든요. 너무 어려운 순문학은 보다 지치고, 그렇다고 너무 라이트노벨스러운 작품에는 질려있고... 섬세한 감정묘사 좋아하고, 굳이 카리스마니 새침떼기니 하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도 인물 성격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글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요.
    그냥 이 작품을 좋아하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서 초면에 실례지만 이렇게 긴 리플 남겨봅니다...ㅠㅠ 비록 마이너일지라도 너무 슬퍼하지 맙시다ㅠㅠ
  • 흐르는 물 2009/01/01 20:28 #

    나름 다니고 있는 커뮤니티에는 지속적으로 감상을 강요하고 있는데
    반응들이 없어요. 엉엉 ㅠ.ㅠ
  • 사화린 2009/01/24 23:03 # 답글

    시대설정이 확 옛날이라서 확실히 눈에 띄긴 하네요 -0-;;;

    주인공의 심리묘사 같은데에 잘 집중한 작품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자극 없고 평온한 분위기의 작품은,
    출판사 쪽에서 신경써서 특별 마케팅 해주지 않는 이상은
    보통 묻혀버리더라구요. OTL
  • 흐르는 물 2009/01/25 00:50 #

    저도 지쳐서 더 이상 판갤에 광고 안합니다 ㅡ.ㅜ
  • 라티 2009/02/23 12:28 # 답글

    이녀석은 시드노벨에서 나왔다는 게 오히려 미스였달까...
    차라리 일반 일본문학으로 나와서 적당히 광고때리면 에쿠니 가오리 급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팔릴지도 몰랐는데, 이쪽 계열의 사람들은 이 소설이 핀트가 안 맞았을 게고 이쪽 계열이 아닌 사람들은 애당초 이런 게 나왔는지도 몰랐을 테고.
    암튼 필력과 내용과 번역이 몽땅 S급인 이런 소설 보기 힘들지.
    일러스트는 없는 게 나을 수도 있으니 별 불만 없고(표지에 꽤 만족한지라).
    이제 기다리는 건 아직 겨울과 봄이 남았다는 사실이려나?
  • 흐르는 물 2009/02/23 14:45 #

    나오는거야?
  • 라티 2009/02/23 20:59 # 삭제 답글

    캥거루 이후 전혀 예상하지 않았는데 가을이 나온 걸 보면 혹시나 하는 기대심리지 머;
    작가 능력으론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는데 말이지.
  • 노란개구리 2009/04/08 09:05 # 답글

    어제 재탕하고 문득 생각나서 찾다가 들어왔습니다만. 라티님 덧글 참 공감이랄까;;;(번역자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는;;;; 작가 필력도 킹왕짱인지라 걍 원서 사버렸습니다 ㅠ)
    더이상 라노벨 안쓸거면 사쿠라바 가즈키씨처럼 일반 소설로 전향해도 충분히 잘 해나갈 작가인거 같은데, 저 두권도 1년가량 발매일 차이가 있는걸 보면 그분이 아~주 가끔 강림하시는거 같네요^^;; 일본쪽은 2권 나오고 2년째 소식이 없서요 ㅠㅠ
  • 흐르는 물 2009/04/08 14:15 #

    일본에서도 뒷권이 안나왔군요...
    안타깝습니다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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